왕년의 탁구여왕 현정화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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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탁구 수업을 하기로 한 장충초등학교 체육관으로 가는 길, 한 번도 탁구 라켓을 잡아본 적이 없는 아이들에게 한 시간 남짓 무엇을 얼마나 가르쳐줄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다. 탁구대 앞에 옹기종기 모여 선 아이들을 보니, 나의 어린 시절 생각도 났다. 내가 탁구를 시작한 게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탁구 수업은 라켓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부터 시작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라켓을 쥐려니 쑥쑥 빠지기 일쑤다. “어깨 너비로 다리를 벌리고 무릎은 약간 구부리고, 팔꿈치는 직각으로… 라켓은 땅을 봐도 안 되고 하늘을 봐도 안 돼. 자, 그 자세 그대로 눈썹 앞으로 팔을 움직여봐. 경례하듯이.” 앞에서 시범을 보이는 나를 보며 열심히 따라는 하는데, 그 품새가 그야말로 제각각이다. 한 사람 한 사람 자세를 바로잡아 주었다. 익숙지 않은 자세다 보니 팔에 힘이 잔뜩 들어간 아이들은 벌써 팔이 아프다며 난리였다.
“으아, 팔이 마비된 것 같아요.”
“처음 배울 때는 원래 그런 거야. 그걸 이겨내야 잘할 수 있어.”
장충초등학교 탁구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네트를 사이에 두고 아이들이 실제로 날아오는 탁구공을 쳐보게 했다. 탁구대 앞에 서니 공을 맞힐 욕심에 지금껏 연습했던 건 다 잊어버린 모양이다. 그럴수록 공은 잘 맞지 않고, 엉뚱한 데로 튀어가기 일쑤다.
“볼을 맞추려고 하지 말고 아까 배운 자세를 기억해. 자, 하나 둘 셋에 치는 거야.”
뒤에서 직접 아이들 팔을 잡고 공을 맞히는 느낌을 몸에 익히게 한 뒤 혼자 해보게 했다.
“잘했어. 그거야.” 탁구공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날아갈 때 아이들의 눈빛에도 묘한 성취감이 떠올랐다.
오늘 처음 라켓을 잡았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감이 뛰어난 아이들도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영수는 또래에 비해 체구가 작고 말랐는데도 제법 안정적인 자세로 공을 받아냈다. 나중에 들으니 다른 친구들이 내 지도를 받는 동안 딴 짓 않고 계속 연습을 했단다. 왼손으로 라켓을 잡았던 미정이도 실력이 상당했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겨웠는지 친구들이 지도를 받는 탁구대 주변에서 장난을 치는 녀석도 있었다. 첫 만남이기는 하지만 엄하게 꾸짖었다.
탁구를 비롯한 모든 운동에는 룰이 존재한다. 내가 아이들에게 가르치려 한 것은 단지 탁구의 자세나 기술만이 아니었다. 기본적인 예절이나 룰까지 포함한다. 룰은 약속이고, 상대에 대한 배려이다. 룰을 지키면서 정해진 틀 안에서 기본을 닦아나가야 실력이 는다. 응용이나 변칙도 기본을 익힌 뒤에야 가능한 것들이다. 그것은 삶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본을 익히는 과정에는 인내가 필요하다. 몸으로 열심히 익히고 배우는 것 말고는 왕도가 없다.
내가 만난 아이들이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꿈만큼은 높게 가졌으면 좋겠다. 처음 탁구를 시작했을 때 나의 꿈은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었고, 국가대표가 되고 난 후 나의 꿈은 탁구로 세계를 제패하는 것이었고, 감독이 되고 난 후 나의 꿈은 여성 스포츠계의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꿈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어나가는 나무처럼, 이 아이들의 꿈도 쑥쑥 자라기를 바란다.
/ 글 현정화(탁구 국가대표팀 감독)
사진 오인덕
탁구를 비롯한 모든 운동에는 룰이 존재한다. 내가 아이들에게 가르치려 한 것은 단지 탁구의 자세나 기술만이 아니었다. 기본적인 예절이나 룰까지 포함한다. 룰은 약속이고, 상대에 대한 배려이다. 룰을 지키면서 정해진 틀 안에서 기본을 닦아나가야 실력이 는다. 응용이나 변칙도 기본을 익힌 뒤에야 가능한 것들이다. 그것은 삶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본을 익히는 과정에는 인내가 필요하다. 몸으로 열심히 익히고 배우는 것 말고는 왕도가 없다.
내가 만난 아이들이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꿈만큼은 높게 가졌으면 좋겠다. 처음 탁구를 시작했을 때 나의 꿈은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었고, 국가대표가 되고 난 후 나의 꿈은 탁구로 세계를 제패하는 것이었고, 감독이 되고 난 후 나의 꿈은 여성 스포츠계의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꿈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어나가는 나무처럼, 이 아이들의 꿈도 쑥쑥 자라기를 바란다.
/ 글 현정화(탁구 국가대표팀 감독)
사진 오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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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상봉님의 댓글
상봉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p>현정화 감독님의 앞날이 더욱 빛나시길 기원합니다.</p>
<p>좋은 지도자로 미래의 꿈나무들을 잘 키워 우리의 탁구가 세계를 제패하고 </p>
<p>탁구 뿐만 아니라 좋은 지도자의 상을 심어 주는 멋진 지도자가 되시길 바랍니다.</p>
<p>중국의 벽이 크고 높지만 우리국민은 하나가 천을, 둘이 만을 이겨내는 용병이 되길 바랍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