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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탁구와 글쓰기, 그리고 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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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 한 주 이어오던 마당쇠 이야기가 어느 새 마지막 회를 맞이하였습니다. 글을 연재하는 일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인데 나처럼 부지런하지도 못하고 재주도 미약한 사람이 큰 사고 없이 마칠 수 있었다는 것은 어지간히 기특한 사건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조이퐁 시샵님과, 함께 읽어 주시고 정담을 나누어온 동우인님들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불가능 했을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그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 인사를 보냅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지난 12 주 석 달간 보여 주었던 마당쇠 공간의 특별한 분위기입니다. 모두 알고 있다시피 인터넷 공간에서 글과 대화를 나누는 것은 대단히 어렵고 삭막한 일이기도 합니다. 책임을 크게 지지 않는 인터넷 글쓰기의 속성은 커다란 자유를 주었지만 그에 못지않은 공격성과 배설적 이완을 동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비판성과 창조성의 쾌거를 이루는 만큼 부작용과 사고도 적지 않습니다. 어딜 가나 이러한 음과 양의 양면성이 공존하지요. 하지만 마당쇠의 탁구 이야기는 이 양면성의 어두운 부분과 부작용을 최소화 했던 공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의 경험에 한정한다면 거의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그 공간에 참여한 동우인님들의 역량과 지혜를 말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이 자체가 동우인님들이 아마추어 탁구계에 전달한, 작을지언정 한 없이 귀중한 선물이라 믿습니다.

사실 글이란 사람이 다루는 것 중 가장 섬세하고 예민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어떤 것보다 사람의 내밀한 심리와 환상과 자부심을 다루기 때문에 조금만 빗나가도 걷잡을 수 없는 격정에 빠져듭니다. 칭찬을 받을 때에 희열이나 악평을 받을 때의 절망감, 자기편을 들어주었을 때의 승리감이나 비난을 받을 때의 격노가 다 그것입니다. 게다가 글은 자기 속임 수가 교묘하기 십상이라 신중하지 않으면 자기가 미쳐 깨닫지 못한 욕구들, 가령 자기 과시욕등의 비 본질적인 욕망에 휘둘려 큰 혼란에 사로잡힙니다.

아마도 그것은 나 자신의 못나고 어리석은 모습들을 가리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의 가장 중대하고 어려운 미덕은 글을 통한 자신의 이익과 욕망을 포기하는 것이라 생각하곤 합니다. 학문을 하는 친구들에겐 학문으로 먹고 살 생각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글을 쓰는 친구들에겐 글을 통해 생계를 유지할 생각을 접을 준비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것이 꼭 옳은 말은 아닙니다. 내가 존경하는 어떤 선생님은 돈을 받아야 하는 글쓰기는 반드시 돈을 받아내야 하는 게 정의라고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그 뜻은 매우 깊지만 어쨌든 나는 그 말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 글은 대단한 기예이자 예술이고 동시에 놀이이자 쾌락인 만큼 자신의 아름다운 빛깔을 양껏 드러내며 과시하는 것도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재능이 있는 사람은 그 재능으로 오만할 권리도 어느 만큼은 있는 것이며, 위대한 작품이 턱 없이 불순한 의도로 탄생한다는 사실 역시 함부로 외면할 수 없습니다. 세상일과 사람 역사의 의외성, 혹은 다양한 역설을 폭넓게 바라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옳다고 해서 한 가지 정의만을 역설하는 순결주의는 번번히 편집증으로 전락하고 조금만 더 나아가면 무서운 독재와 아집, 심지어 잔인한 폭력으로 현상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나는 이 시대 여기에서 내가 생각하는 미덕의 한켠을 붙잡고자 합니다. 적어도 부분적인 가치가 있는 미덕이라 믿고자 합니다.

‘글을 쓰는 것은 그 자체로 자신의 완전한 보상이며 더 이상 아무런 요구도 필요하지 않다는 것, 행여라도 이면에 숨은 자신의 탐욕에 속지 않기 위해 돌아보고 또 돌아보아야 한다는 것, 글이란 하나의 희생으로서 세상에 드리는 것이자 그 희생으로 스스로에게 아름다움과 희열이 되어야 한다는 것’

나에게도 남과 같은 ‘끼’ 와 ‘광기어린 열정’ 이 없지는 않겠지만 아직까지도 문학적인 글쓰기에 탐닉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미덕에 대한 나의 관심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내가 살아온 시대와 우연이 나에게 부과한 족쇄이자 그 못지않은 자랑인 탓입니다. 그래서 나는 문학을 사랑했고 그것에 실연당한 사람 중 하나입니다. 수많은 문학청년들이 나와 비슷했겠지요. 게다가 재주마저 둔범하니 어째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그래도 그러한 미덕은 이 삭막한 인터넷 글쓰기와 그 속에서 부대껴야 하는 우리들에게 일말의 희망일지도 모릅니다. 더 나은 미래에 우리의 글쓰기와 대화공간이 좀 더 많은 건강성을 확보한다면 그 미덕은 더 이상 거론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미덕에 대한 반성이 여전히 요청되는 때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아마추어 탁구계에 각종의 인터넷 사이트가 활성화 되고 다양한 넷트워크과 결성되는 만큼 이는 더욱 중요한 대목이 아닐는지요. 다만 여러 동우인님들의 성찰을 기다리며 마당쇠의 컬럼이 중얼거리는 마지막 한 마디라 하겠습니다.

그동안 마당쇠의 탁구 이야기를 이끌어 주신 동우인님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들 드립니다. 님 들은 내가 정리하고 알고 싶었던 많은 것들을 글로써 완성하게 하였으며 때문에 누구보다도 큰 선물을 받은 당사자는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습니다. 더불어 사람과 사람의 대화로써 탁구동우인이 나누어야할 도란거림을 물질적인 형태로 만들어 내었으며 그로인해 이 도란거림이 나아가야 할 바에 대한 하나의 예시를 제시하였다고 생각합니다. 기대이상의 즐거움도 함께 선사 하셨던바 어디서 어떻게 다시 만나도 이 흥겨운 즐거움이 다시 이어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더 큰 만남을 위한 헤어짐이라 하지요. 가슴에 새기며 마당쇠 여기 배상합니다.

모든 동우인님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안녕~~
    탁구러버 표면을 복원시켜서 회전력을 살리는 영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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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님의 댓글

no_profile 명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합니다~~~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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