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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탁구장 주인과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소소한 인연이 인터넷에서 화제다. 탁구장 주인이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들국화`란 제목의 글에 따르면 금융권 숨겨진 탁구 매니아인 김승유 회장은 얼마 전부터 정기권을 끊어 서울 서초동 자택 인근 탁구장을 다니고 있다.

탁구장 주인은 김 회장을 전혀 몰라봤다. 은퇴 후 운동 삼아 탁구장을 드나드는 노신사로 생각했다고 한다. 탁구장 주인은 김 회장이 방문할 때면 녹차나 커피를 대접하면서 인생사를 나눴고, 김 회장이 며칠 나타나지 않으면 안부를 궁금해할만큼 친해졌다. 김 회장은 호의에 대한 답례로 와인을 선물하기도 했다.

그러다 김 회장이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한 뒤 TV 화면에 나오자 탁구장 주인은 김 회장이 누군지 그때야 알게 됐다고 한다. 탁구장 주인은 글에서 "(나에게) 외로운 퇴역자로 대접 받으면서 은은한 미소로만 자중하다니 (놀랐다)"고 썼다. 그는 "앞으로도 평소처럼 대할 것"이라고 말해 사심없는 인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

들국화

탁구장 문을 열고 들어오는 노신사의 첫 인상은 내 아내의 표현이긴 하지만 예쁜 얼굴이었다.

세월을 곱게 얼굴에 쌓아가는 듯 부드러움 마저 넘쳤다.

그렇지만 탁구장에 늘 혼자 오는 그는 어딘지 모르게 고독해 보였다.

고독해 보이고 외로워 보이는 것은 나의 단편적인 느낌일 수 있겠지만 왠지 남들보다 더 각별한 대접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걸 보면 아마도 경로사상이 교육적으로 몸에 밴 탓일까?

올 때마다 정성스레 커피를 권하고 녹차를 종이컵에 만들어 주었다.

탁구를 치며 노신사의 이마에 땀이 맺히는 것을 보면 운동 에너지가 건강의 활력으로 뿜어나는 듯하여 기분이 좋았다.

언젠가 휴식시간에 건넨 머루포도를 맛있게 먹는 모습이 고맙기 까지 하였다.

그는 늘 정중하였다.

말 대신 곧 잘 미소로 표현하였다.

먼저 인사하고, 테이블 밖으로 튕겨나간 탁구공을 부지런히 먼저 주웠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선행이 몸에 베인 듯하였다.

그의 몸동작에서 입 매무새에서 일반인에게 쉽게 발견치 못하는 남다른 열의가 엿보였다.

아마도 넘치는 열정이리라.

월 정기회원권을 사고도 오는 날 보다 오지 않는 날이 많았다.

그 노신사가 탁구장에 오지 않는 날이면 혹시나 감기라도 걸려 몸져 누워있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탁구장 문을 닫으면서도 혹시나 뒤늦게 와서 헛걸음으로 돌아가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가 되곤 했다.

며칠만에 만에 나타난 그 노신사의 손에는 와인 한 병이 들려 있었다.

그동안 대접받은 차에 대한 고마운 답례라고 하였지만 어쩜 용돈도 궁할지도 모를 노인에게 과분한 것을 선물 받는 것 같아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의 아내는 다음에 오면 시골에서 가져온 고구마라도 한 봉지 드려야겠다고 마음의 부담을 지우지 못했다.

와인을 선물하고 탁구를 치고 간 다음날 TV뉴스를 보며 깜짝 놀랐다.

밤 아홉시 헤드라인 뉴스에 세간의 관심이 쏠린 모 메이저 은행의 인수를 선언하는 그 중심의 인물이 바로, 어제 까지 탁구장에 회원으로 운동을 같이 한 그 노신사가 아니던가?

두 달 여를 탁구장에서 마주 하였으면서 우리나라 메이저 금융그룹의 회장으로 소문난 그를 몰라보았다니...

그 또한 외로운 퇴역자의 모습으로 대접받으면서도 늘 은은한 미소만으로 정중하였으니..

메이저 금융회사 인수를 발표하는 그의 모습은 부드러운 카리스마 그 자체였다.

우리 부부는 작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제 누구도 보면 신분을 알 수 있는 입장이 탁구장에서 오히려 불편하지나 않을까.

예전의 작은 마음에서 우러나 대접하던 녹차 한잔의 정성이 혹시 부담스럽게 느껴지진 않을까?

그러나 우리부부는 더도 덜도 말고 늘 그랬던 것 처럼 그 노신사를 평소처럼 대하기로 하였다.

와인을 받으며 고맙고 미안 해 했던 그 마음으로, 녹차 한잔을 타 주면서 뜨거울까 적당히 찬물을 섞어 정성으로 건네던 지극한 그 마음으로..

고향 기슭에서 꺾어 탁구장에 꽂아 많은 사람들에게 고향의 추억을 풍겨주는 들국화 향기가 오늘따라 유난히 더 향기롭다.

다시 그 노신사가 탁구장에 오면 녹차 잔에 들국화 한 송이를 살짝 띄어줄 작정이다.

2010년 11월, 서초그린탁구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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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탁인의 1인으로서 따스한 감흥이 밀려 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