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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출신의 탁구인 윤재영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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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남자 탁구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윤재영 선수가 상대팀을 노려보고 있다. 연합뉴스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 붕어빵 행상을 마다하지 않았다. 제법 규모가 있었던 사업이 98년 IMF때 실패해 집안이 어려워지면서 탁구 라켓을 잡고 꿈을 키우고 있던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을 뒷바라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때까지 재능은 보였지만 딱히 전국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아들은 찬바람을 맞으며 길거리에서 붕어빵을 구워 팔던 어머니에게 그해 가을 전국체전 동메달을 안겨줬다. 이듬해, 이번에는 붕어빵을 팔던 어머니의 목에 은메달이 걸렸다.

베이징 올림픽 남자 탁구 단체전에서 값진 동메달을 따낸 윤재영(25ㆍ상무)은 '오뚝이'였다.

운동을 유난히 좋아했던 윤재영은 어렸을 적 탁구 보다는 야구에 관심을 보였다. 지역에서 명성을 날리던 대성초 야구부에 들어가려 했던 윤재영은 '운동 선수는 안된다'는 어머니의 반대로 겨울방학 때만 탁구를 한다는 조건으로 라켓을 잡았다. 초등학교 4학년 겨울 이었다.

다음해 소년은 전국소년체전에 출전했다. 하지만 새 유니폼을 입고 첫 전국대회에 나선 소년은 벤치를 지켜야만 했다. 단체전에 출전했지만 앞서 출전한 선수들이 모조리 지는 바람에 출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5살 청년이 된 소년은 라켓을 잡은지 15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서 남자탁구 단체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팀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복식을 따냈고 그것은 한국탁구가 값진 동메달을 따내는 발판이 됐다.

윤재영은 올림픽 무대에 서기까지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베이징 올림픽에 나갈 3명 중 유승민과 오상은은 세계랭킹이 높아 확정됐지만 1명을 새로 뽑아야 했다. 파벌 싸움에 휘말렸던 대한탁구협회는 지난 2월 결국 딱 한번의 대표 선발전으로 1명을 발탁키로 했고 윤재영이 그 기회를 잡았다.

윤재영은 당시 '수비 달인' 주세혁과 '차세대 에이스' 이정우를 따돌렸다.

윤재영의 대표선발은 의외로 받아들여졌고 탁구계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으며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평가도 있었다.

사실 윤재영은 국내 무대에서 조차 그리 알려지지 않은 이름이었다. 지난 2006년 유승민을 한차례 꺾어 '왼손의 마술사'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그의 국제무대 경험은 2006 도하 아시안게임이 전부다.

도하 아시안게임 때에도 유승민과 호흡을 맞춰 복식 경기에 출전했지만 8강에서 탈락했고, 단체전도 중국에 가로막혀 은메달에 그쳤다.

유승민과 삼성생명 동료인 윤재영은 유승민에 가려 만년 2인자이기도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탁구 신동'이라는 찬사를 받던 유승민과 같은 나이였던 윤재영은 번번이 경쟁을 벌여야 했고, 유승민의 벽을 넘지 못했다.

질긴 인연은 윤재영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이어졌다. 광주 금당중을 거쳐 숭일고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지난 2001년 실업팀인 삼성생명에 입단했지만 같은해 유승민도 삼성생명에 입단했다. 이후에도 유승민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단식 금메달을 따내며 국내 탁구의 지존으로 평가받았다. 그 사이 윤재영은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같은 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윤재영은 유승민을 경쟁자 라기 보다는 가장 친한 친구로 생각하고 있었다.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힘내자'는 문패가 달린 그의 미니홈피에도 유승민의 사진이 올라 있을 정도.

윤재영 선수의 어머니 김미숙(51)씨는 "재영이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유승민에 가려 그동안 번번이 빛을 보지 못했지만 전혀 내색을 하지 않았고 둘이 친하게 지낸다"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승민이를 이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왜 없었겠느냐"고 말했다.

윤재영의 올림픽 동메달은 위기에 처한 모교의 탁구팀 부활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며 올해 전국체전 출전까지 포기한 숭일고 탁구팀이 다시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을 튼 것. 숭일고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대우증권 탁구팀 감독을 맡고 있는 김택수와 함께, 한국마사회 탁구팀 코치 박상준, 윤재영 까지 3명의 국가대표를 배출했다.

숭일고 관계자는 "선수 수급에 문제가 있어 최근 팀이 침체돼 있지만 윤재영의 동메달로 다시 한번 팀을 복원할 수 있게 됐다"면서 "28년의 역사를 가진 탁구팀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실업팀에 입단한 뒤 당시 대학에 다니던 형의 등록금까지 댈 정도로 가족을 끔찍이 챙기는 윤재영.

윤재영의 어머니는 "붕어빵 장사를 하면서도 아들이 반드시 경기에 출전하도록 했었다. 재영이가 힘들게 살아왔기 때문에 모든 과정을 잘 견뎌내고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건 것 같다"면서 "아마도 집안 형편이 넉넉했다면, 운동이 힘들다고 좌절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집안 사정 탓에 지난해 광주에서 충북 제천으로 이사했다는 어머니는 "그동안의 노력이 이번 메달로 더욱 값지게 됐다. 내 아들 이지만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올림픽 무대에 나간 아들의 경기를 일 때문에 TV중계로도 제 시간에 보지 못하고 재방송으로 봤다"는 어머니는 목이 메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강현석 기자 hskang@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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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가님의 댓글

no_profile 푸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p>아...재영아 응원하께~ 화이팅~!!</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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