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이상한 탁구 전통 양구(讓球, 중국 발음으로 랑처우)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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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편의상 우리 식으로 발음합시다)는 중국 탁구계의 '훌륭한 전통'이었다고 합니다. 중국 탁구가 세계 탁구를 휘어잡고 잇는 상황에서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대전에서 이 '양구'를 통해 중국은 승리를 낚아올리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상대선수에 따라서 선수를 바꾸면 그것은 상대선수에게는 큰 장애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중국 탁구 50년의 휘황한 역사에서 이 '양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양구는 대외적으로 승리를 가져오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워낙 많은 선수들이 있으니까 그들에게 승리를 균등하게 나눠주는 역할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 좋은 예가 1981년의 제 36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중국은 이 대회에서 7개의 금메달을 독식했는데 그 중 개인전에서만 5개의 금메달을 땄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5개 금메달을 딴 8명이 단 한 부문도 중복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남자단식은 郭躍華, 여자단식은 童玲. 남자복식은 李振恃, 蔡振華, 여자복식은 張德英, 曹燕華, 혼합복식은 謝賽克, 黃俊群. 이렇게 나눠졌는데, 이 우승자들은 사전에 지도부가 내정한 것이랍니다.
중국 여자탁구역사 가운데 가장 파문이 컸던 '양구'사건을 봅시다. 모두 세계대회와 올림픽에서 있었는데요
첫번째 사건: 1981년 36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 결승에는 남북한 단일팀으로 올라온 이수자(李壽子) 선수를 꺾은 조연화(曹燕華,차오옌화)와 중국의 장덕영(張德英, 장더잉) 선수를 꺾고 올라온 동령(童玲 ,동링) 선수가 맞붙게 되었습니다. 평소 실력으로는 조연화 선수가 훨씬 뛰어납니다. 그런데 조연화는 성질이 좀 있는 선수라서 좀 찍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연화는 동령에게 져주라는 엄명을 받고 우승을 내주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조연화는 성질이 나서 그 이듬해인 37회와 38회 두 대회 연속 여자단식을 우승하는 기염을 통하게 되며, 특히 1983년에 열린 중국의 전국체전에서는 여자단체, 여자단식, 여자복식, 혼합복식 등 네 개 부문에서 모두 동령을 만나 추풍낙엽처럼 동령을 떨어트리고 우승을 함으로서 그 원수를 갚았다고 하네요.
하지려(허즈리)
두번째 사건: 이미 소개가 되었지만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38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하지려(何智麗, 허즈리) 와 관건화(管建華 ,관젠화)의 승부담합사건. 한국에서 양영자 선수가 결승에 올라오자 중국 탁구지도부는 결승에 누굴 내보낼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준결승에 올라온 선수는 하지려와 관건화. 승률로 보면 하지려가 양영자를 이길 확율은 반반, 그렇지만 관건화의 까까치는 타법이 양영자에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 그래서 하지려에게 져주라고 명합니다. 그런데 하지려는 이 명령을 거부하고 고나건화를 사정없이 몰아쳐서 이 대회의 우승을 합니다(그 이유에 대해서는 제가 이 저에 쓴 글 '배신자 탕나 혹은 한국인 당예서'에 잘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탁구지도부의 노여움을 사서 결국 중국 탁구계를 떠나서 일본으로 간 뒤에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여자탁구 우승컵을 일본으로 가져다 준 것입니다. 게임을 저주는 것 중에 가장 파문이 큰 사건이 바로 이 사건입니다.
세번째 사건: 사랑 때문에 져준 사건
1988년 서울 올림픽. 여자단식 준결승. 이쪽의 상대는 초지민(焦志敏,자오즈민)과 이혜분(李惠芬,리휘펀). 다른 쪽은 진정(陳靜,천징)과 체코 선수. 그런데 초지민과 이혜분의 경기가 먼저 열리게 되었다. 중국지도부는 전에 이혜분이 체코선수를 이긴 경험이 있으니까 초지민보다는 이혜분을 결승에 올리기로 한다. 여기에는 사실 초지민(자오즈민)이 당시 한국선수인 안재형과의 연애가 진행되고 있어서 일부러 떨어트린 측면도 있었다. 이에 따라 초지민은 지고 이혜분이 이긴 상태인데, 경기결과는 엉뚱하게도 중국의 진정 선수가 이겨 결승에 올라온 것. 그래서 진정이 이혜분을 이기고 우승을 했는데, 사실 실력으로 보면 당시 초지민이 다른 선수들을 다 이길 수 있었고, 또 초지민으로서는 서울 올림픽에서 멋지게 우승을 해서 안재형에게 폼을 잡고 싶었지만 결국은 중국의 '양구'라는 위대한 전통을 거역하지 못하고 동메달을 딴 데 그치는, 일생일대의 유감스런 경험을 하는 것이다. 낙담을 한 초지민은 서울올림픽이 끝나자 중국 탁구계를 떠나 스웨덴으로 유학을 간 뒤에 일년 후에 안재형과 결혼을 한다.
그런데 초지민(자오즈민)으로서는 그리 억울한 일도 아니다. 1986년 서울 올림픽에서는 결승에서 붙은 하지려에게서 우승을 선물로 받음으로서 안재형과의 러브스토리가 더욱 굳어지는 계기가 되지 않았던가? 그러므로 중국의 이러한 '양구', 곧 승부조작 또는 승부조정이 개인개인에게는 큰 아픔이나 기쁨이 될 수 있지만 중국으로 볼 때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오로지 메달은 누가 따던지 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올림픽을 하는 이유가 오로지 메달을 따는 데 있는 것이 되고 인간들은 이 목표에 이용만 당하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올바른 올림픽 정신의 회복을 위해선, 이러한 '양구'라는 비법적인 조치들이 추방되어야 한다. 그러러면 만약 이런 양구 사건이 적발되면 해당선수들의 메달을 박탈하는 등의 조치로 이런 좋지못한 관행을 근절시켜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