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탁구 100년, 잊을 수 없는 사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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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의 그리스 서울, 관악산의 신화
- 제24회 서울올림픽(1988)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탁구는 어떤 종목보다도 많은 국가에서 즐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3회 올림픽까지는 정식종목이 아니었다.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우리 대한민국에서 개최된 제24회 서울올림픽이 처음. 그리하여 세계의 탁구인들은 개최지인 서울을 ‘탁구의 그리스’라고 호칭하며 역사적 의의를 부여하기도 한다.
남녀단체, 남녀단식, 혼합복식 등 탁구는 모두 일곱 개 종목이지만 비대해진 올림픽의 양적 확산을 꺼리던 IOC는 ITTF와 협의하여 남녀 단/복식에서 네 개의 금메달만을 허용했다(2008 베이징 올림픽부터는 복식이 빠지고 단체전이 추가된다).
역사적인 원년 올림픽을 치르게 된 한국의 탁구인들은 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완벽한 대회를 수행해냈다. 그 결과 서울올림픽은 그 시설과 조직운영 면에서도 탁월하여 지금까지도 국제 체육관계자들로부터 최고의 올림픽이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탁구경기를 치르기 위해 새로 건립된 서울대 체육관은 국제경기장으로 손색이 없었으며, 전문적으로 조직된 요원들은 빈틈없는 진행으로 국내외의 손님들에게 합격점을 받아낸 것, 서울 대회 이후 올림픽 탁구경기들이 원년 대회 진행방식을 거의 그대로 차용해오고 있을 만큼 88년 올림픽은 탁구에 있어서 첫 대회이자 가장 모범적인 선례를 남긴 대회였다.
그렇지만 한국의 탁구인들이 서울올림픽을 감격적인 기억으로 꼽는 이유는 성공적인 대회 진행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보다 더 큰 감동으로 남아있는 것은 바로 ‘관악산의 신화’로 표현되는 우리 선수들의 선전, 그보다 2년 전인 아시안게임 당시 고교생 신분으로 대회 MVP의 감격을 누렸던 유남규는 숱한 강호들을 제압하고 원년 챔피언에 등극하며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더욱이 그와 결승에서 상대한 선수는 바로 한국의 김기택, 두 한국 선수가 세계 최대의 스포츠제전, 올림픽 첫 번째 금메달을 놓고 맞붙어 벌였던 숨가쁜 접전은 아직도 수많은 탁구인들에게 가슴벅찬 기쁨으로 남아있다.
여자부 또한 서울대 체육관을 찾은 탁구팬들에게 황금빛 환호를 선사했다. 당대 최고의 선수로 꼽히던 양영자와 현정화가 호흡을 맞추며 ‘환상의 복식조’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한국의 낭자군은 결승에서 만난 최강 중국의 자오즈민/첸징 조를 압도, 탁구 원년 올림픽을 명실공히 한국의 잔치로 승화시켰다.
완벽한 경기진행과 두 개의 금메달, 관악산의 신화를 이끌어냈던 88년 서울올림픽의 감격은 당시 경기장이던 서울대 체육관 한쪽에 마련된 올림픽 기념관에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