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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소사 - 6. 탁구 잡담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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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약간 번외편적 성격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글을 적다 보니 몇몇 분들께서 질문들을 주시는데 그 질문에 답변하기가 댓글이나 쪽지만으로는 체계가 없는 듯 해서 아예 한편의 답변글성 글을 작성해 보려고 합니다. 답변드리는 내용들은 객관적 사실들도 있지만 제 사견도 들어가 있습니다. 가능하면 구분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만, 참고해서 읽어 주세요.

 


1. 한국 여자 선수들, 여자 선수 스타일을 버려야 한다.

저도 탁구소사 시리즈 글을 읽다 보니 새삼 크게 느끼게 되는 것이 바로 ITTF의 역할입니다.
탁구계에서 ITTF가 미치는 영향은 정말 절대적이지요. 우리 나라 탁구계도 이  ITTF의 결정에 따라 한 선수의 운명이 결정되기도 하고 탁구 시장이 작아졌다 커졌다 했던 것 같습니다.
짧게 보면 ITTF의 용구에 대한 판단이 선수들의 기량차를 결정해 주고 그 결과 우리 나라가 탁구계에서 차지할 수 있는 몫도 결정된다고 봐야겠지요.

 

탁구계에서 현정화 감독님이 차지하는 위상은 정말 대단하지요. 저도 태릉에서 몇번 뵌 적이 있는데, 지도자이시면서도 자기 몸관리하고 운동을 같이 하는 모습에서 정말 성실하신 분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현감독님이 우승하시던 시절 아직 공이 38mm였고 그 결과 그 작은 공을 체구 작은 한국 여자 선수가 유럽 선수들을 대상으로 점수를 만들어 내는 데에는 작은 폼이지만 짧고 정확한 스매시 동작으로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당시 주력 선수들의 용품은 숏핌플 아웃 러버들이 많았지요.

그런데 공이 40mm로 커지고 나서 전반적으로 여자 선수들의 경기 모습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특히 중국 선수들의 경우 지금은 남자 선수들과 거의 몸 동작이 구분이 가지 않지요.

우리 나라도 이 부분은 마찬가지입니다. 쥬니어 선수들을 보면 상위 선수들은 와일드하고 큰 동작이 완전 남자 선수와 같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작은 폼으로 발을 많이 안 움직이면서 탁구를 치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혹시 38mm 시대의 영향이 아직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당시의 주류 한국 여자 탁구는 전진에서 스매시 위주로 작지만 한 템포 빠른 동작을 가지고 결정을 짓는 것이었죠. 그리고 백핸드로 오면 어떻게든 연결 시키구요.
이런 식으로 탁구를 배운 여자 선수들은 초중등까지는 성적을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만 가면 몰락합니다. 여자 선수들이 힘이 붙으면서 작은 폼으로 연결 위주, 템포 위주로 치는 선수들을 압도하기 시작하는 것이죠.

 

최근에 양하은 선수의 활약이 놀랍습니다. 그런데 주목해서 볼 것은 바로 힘입니다.
탁구는 마지막에 가서 부딪히는 것이 힘과 감각입니다.
감각은 따로 훈련하는 방법이 있길 어렵지만 힘의 탁구는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그런 스타일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여자 선수들의 경우는 와일드한 남자 탁구를 배우려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전진에서 승부를 내는 탁구 스타일을 남자 선수들에게는 계속해서 주입을 시켜야 하지만, 오히려 여자 선수들은 중진으로 물러나서 맞드라이브 걸고 확확 뛰어 다니면서 남자처럼 치는 탁구를 배우게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스타일을 소화할 만큼 중진 드라이브 스텝도 할 줄 알고 힘있는 드라이브 싸움도 할 수 있도록 기본기가 되어 있어야 하지요.

그 다음에 전진 플레이가 되어야 합니다. (남자와는 반대가 되겠지요.)
그렇게 남자처럼 치는 스타일로 해 놓아야 40mm 공 시대에 한국 탁구가 우승권에 근접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여자 탁구만의 맛이 사라지는 대목이기도 한데요, 성적 위주로만 본다면 이렇게 갈 수 밖에 없지요.
ITTF의 결정이 얼마나 탁구계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새삼 느끼는 대목입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요, 예전에 제가 탁구를 배울 때만 해도 아마츄어 분위기에서는 여자 선수들에게 드라이브는 아예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여자들은 드라이브를 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포핸드 한참 치고 나면 바로 컷트 스매시의 세계에 입문하게 됩니다.
그리고 기회만 오면 컷트볼을 스매싱으로 넘기는 것이 여자 탁구의 특성이었습니다.
(90년대 초반, 아마츄어 탁구가 그런 분위기일 때 엘리트 탁구에서는 비로소 여자 선수들에게 드라이브를 가르쳐야 한다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던 듯 합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요, 드라이브라고 하는 것이 아주 어린 시절부터 배우지 않으면 성인 선수가 되서 완숙하게 구사하기가 어려운데요, 초등 탁구에서 여자 선수들에게 드라이브를 가르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죠.
드라이브를 하려면 스텝이 되고 힘이 되어야 하는데 여자들은 그게 한계가 있다. 그러니 컷트 스매시 위주로 배워야 한다라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겁니다.

 

요즘 세월이 한참 흘렀는데도 쥬니어 선수들을 보면 현감독님 시대의 숏핌플 선수들처럼 치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돌출 러버를 사용해서 경기를 하다가 한계에 부딪쳐 핌플인 러버로 전환한 선수들도 있습니다.
돌출을 사용할 때는 상대방 미스볼이 뜰 경우가 많으니 스매시로 해결하려고 하겠지요. 그렇지만 그 전형이 중학교로 들어오면서 승부 내기가 어려운 전형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그제서야 핌플인 러버로 바꾸는 것이죠.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자기 스타일을 결정할 수 없는 팀내 분위기가 이런 선수들을 많이 양산하지 않나 생각이 되구요, 그런 만큼 초등학교 지도자들이 돌출러버에 안 맞는 선수들도 돌출러버를 사용하게 해서 성적을 내려하는 마음을 내려 놓고 정말 신중하게 선수의 전형을 결정해 주어야 합니다.

 

제가 비탁구인 출신이기 때문에 강하게 얘기하기 겁나는 문제였는데, 탁구 소사 쓰다 보니 꼭 이얘기를 한번은 하고 넘어가야 겠다 생각이 되서 한번 적었습니다.

 

 


2. ITTF, 중국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저도 글을 쓰면서 새삼 느끼는 것이 바로 ITTF 의 영향력입니다.
우리 한국 탁구계 전반에 걸쳐 ITTF 의 결정이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있지요.
그런데 최근 들어 ITTF가 조금 어려운 난제에 부딪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바로 스피드 글루잉과의 전쟁이지요.

 

전에 한번 적었습니다만, 스피드 글루잉 금지는 선수들의 건강 문제가 가장 표면적인 원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바로 중국 선수들의 연승 행진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자리잡고 있지요.

 

유럽 탁구계에서 어떻게 보면 아시아 탁구는 변방으로 보입니다. 지난 번 헝가리 훈련 캠프 때 얘긴데요, 오스트리아 주니어 대표팀에 중국인 코치가 한분 계신데, 독일어만 하시는 듯 하더군요.
여러 나라 코치들이 영어와 독일어, 크로아티아어 등 갖가지 언어를 섞어 가면서 매일 매일 훈련 계획을 작성하는데요, 저는 코치 신분이 아니라서 뭐라고 회의에 관여하지 못했지만 여러 코치들과 참 재미있게 지냈습니다.
특히 크로아티아 코치들은 너무 진지하고 정서도 우리와 비슷하면서 속 깊은 얘기도 많이 해 주어서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지요.

그런데 그 중국인 코치는 전혀 어울리지 못하더군요. 그런데 다른 코치들로부터 들어 보니 그 코치만의 문제는 아니고 유럽에 있는 중국 탁구인들의 전반적인 문제라고 합니다.

아마 우리 탁구 코치들도 이런 부분은 마찬가지겠죠. 외국과 교류해서 뭔가를 만들어 내는데 언어 장벽, 그리고 우리의 아시아적 태도가 갖는 장벽은 큰 걸림돌이지 않나 싶습니다.
한국 선수들이 해외로 많이 진출하지 않는 것에도 한 가지 원인이 되고 있겠지요.

 

아무튼 그건 그렇구요, 문제는 이 대화가 잘 안 이루어지는 아시아권에서, 특히 중국이 벌써 10년이 훨씬 넘도록 세계 1위 자리를 안 내주고 있다는 겁니다.
ITTF가 유럽만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상당수 중요 결정권자가 유럽인인 것을 고려해 보면 반갑지 않은 일이겠지요.
또 결과적으로 보면 이 상태가 지속된다고 하면 탁구 자체가 중국만의 스포츠로 위상이 작아질 수도 있을 거구요... 그래서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는 거죠.


그런데 중국 탁구를 원천봉쇄할 수 있는 아주 아주 절묘한 비법이 생겨났습니다.
그것은 바로 스피드 글루잉 금지였지요. 유럽 선수들의 경우 중국 러버를 쓰는 선수들이 없기 때문에 스피드 글루잉 금지의 타격이 중국만큼 크지는 않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중국의 경우는 워낙 러버가 딱딱하고 점착성이 높기 때문에 스피드 글루잉을 하지 않으면 거의 쓸 수가 없는 러버들이기 때문에 가장 그 여파가 심할 것으로 확신되었지요.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희한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중국 선수들은 어떻게든 스피드 글루잉이 되었을 것 같은 러버로 경기를 계속 치르고 있구요, 유럽 선수들도 당연히 스피드 글루잉 효과를 보조해 주는 뭔가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죠.
특히 유럽 선수들의 이 보조제에 대한 의존도는 심각했습니다. 흔히 부스터류라고 부르는 제품들이었는데요, VOC 함유 글루처럼 효과가 높은 것은 아니지만 러버의 스피드 증가에는 현저하게 효과가 있었지요.

 

그에 반해서  ITTF의 스피드 글루잉 금지 결정을 가장 충실하게 따른 나라는 바로 우리 나라였습니다.
우리 나라 선수들은 부스터류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심각한 러버 전쟁이 시작되었지요.
경쟁적인 러버 가격 인하도 한몫 했구요, 그 결과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러버가 싼 나라가 되어버렸습니다.


최근에 러버 가격이 올라간다고 많이들 우려 하시지만 실제로 우리 나라처럼 러버 가격이 쌌던 나라는 거의 없었지요.
물론 외국의 경우도 정가 이하로 할인해서 많이 구매하시기 때문에 실 가격이 조금 쌀수는 있습니다만, 그래도 명목적인 가격 자체가 우리처럼 낮은 나라는 없을 겁니다.

 

아무튼 ITTF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되었습니다.
애초부터 중국 선수들을 잡기 위한 것이니 러버가 너무 빠르면 안 된다라고 했으면 될 일이지만, 건강에 해로운 VOC를 명목상 내세웠기 때문에 VOC 가 없는 스피드 보조제들을 막을 방법이 없었지요.
또 뚜겅을 열고 보니 스피드 글루잉 효과에 대한 중독 현상은 중국보다 유럽이 훨씬 더 심각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유럽 선수들이 중국을 따라 잡는 것이 아니고 중국의 위상은 더욱 높아져만 갔습니다.

 

스피드 글루잉 금지 결정 초기 중국 선수들이 사용하던 부스터(스피드 보조제)들은 러버를 실제로 부풀어 오르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반면 티바의 클린튜닝 제품등 유럽 제품들은 러버를 부풀어 오르게 하지는 않았지요.
그래서 러버 두께에 대한 규제를 엄격하게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보니 더더욱 엉뚱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전혀 부스터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시합 직전에 허겁지겁 라켓과 러버를 바꾸어 시합에 임해야 했지요.
부스터를 쓰지는 않았지만 글루잉을 두텁게 한 경우 다 걸리게 된 겁니다.

 

그런데 중국 선수들은 부스터를 쓰면서도 안 걸리는 경우가 발생했습니다. 바로 라켓 손잡이 부분, 즉 러버 두께를 측정하는 기준이 되는 부분에 니스칠을 해서 눈으로는 안 보이지만 두께가 더 두꺼워 지게 한 것이죠.
그러니 부스터로 조금 부풀어 올랐어도 이 투명한 니스칠이 된 부분을 기준으로 측정하면 걸리지 않는 것이죠.
전체 중국 선수들이 이런 방법을 쓰지는 않았겠지만 아무튼 어떤 수를 써서든 부스터류를 사용하는 것이 선수들 사이에 만연해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대목입니다.

 

그래서 이런 방법과 병행해서 ITTF에서는 주요 상품 제조 브랜드들에게 부스터류 제조를 금지 조치 했습니다.
물론 이 금지에 대해서는 왜 금지하는지에 대한 논거가 희박하지요.

중국 선수들의 문제를 거론할 수는 없구요, 그렇다고 몸에 해롭지 않은 러버를 성능이 너무 좋다는 것을 핑계삼아 막을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문제는 있는데 해결할 묘안이 없는 것이 현재로서는 러버 문제이지요.
 

다시 원 주제로 돌아가면요, 저는 이런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선수들이 더 좋은 용품을 사용하기를 원하고 그들을 위해서 더 좋은 용품을 만들어 공급하기를 원하는 용품사가 있는 한 ITTF에서 뚜렷한 근거가 없는 용품 제한을 하기가 쉽지 않겠다 생각됩니다.
그것보다는 중국 탁구를 어떻게 꺾을 것인가 하는 것이 고민의 원류이지요.
용품으로 막을 수 없다고 하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기본은 실력 아니겠습니까?

현재 우리 나라 쥬니어 선수들의 경우 중국 선수들을 꺾는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선수들이 이 치열한 용품 개발 시장의 흐름을 잘 타서 우수한 용품을 갖추고 중국 선수들과 대항해 이기기를 바래야 겠지요.
만약 중국 선수들이 규정을 어겨 이상한 제품을 미처 ITTF가 알지 못한 채로 들고 나와 우승한다면 (이게 앞선 글에서 적었던 "이질 러버"이기도 했구요, 최근에는 중국제 부스터들이 되겠지요.) 그것을 비난만 할 것이 아니고 정정당당한 스포츠맨쉽 안에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용품으로 그들을 꺾을 것인가를 연구해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 탁구계가 너무 ITTF 규정에 복종적이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한국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나라가 계속해서 부스터류를 쓰는 동안 우리 나라 탁구는 침체 일로를 걸어 왔습니다.
그들이 우리와 같은 러버를 사용한다면 모를까, 그들만의 제품을 사용한다면 현실적으로 이기기 어려운 것이 탁구계의 현황이지요.
한편으로는 이런 정보들 자체가 우리 나라 지도자들에게는 잘 전달되지 않는 것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3. 탁구대와 한국 탁구

 

역시 질문에 대한 댓글로 답변을 달던 소재입니다.
우리 나라 선수들이 손목 사용 부분에서 유럽 선수들에 비해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지적이 있으셨는데요... 이에 대한 의견을 드립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유럽 선수들이 의외로 우리 선수들보다 약한 것이 바로 넷트 앞 잔볼 처리였습니다.
아주 짧게 떨어뜨려 놓는 공에 대한 대응책이 조금 미흡합니다.
그런데 우리 눈으로 보기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 선수들이 넷트 앞 짧은 플레이가 약하고 유럽 선수들은 손목으로 잔재주를 잘 부리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우리 눈을 가리는 원천적인 문제가 하나 존재합니다.
바로 탁구대의 차이입니다.

 

우리 한국 시장은 여러 모로 그동안 해외 시장과는 다른 폐쇄성을 가지고 운영되어 왔는데요, 그 중의 하나가 바로 탁구대입니다.
한국의 탁구대는 유럽과 중국의 탁구대에 비하면 공이 지나치게 잘 튑니다.
높이 튀고 멀리 뻗지요.

 

반면에 유럽 탁구대는 탁구대에 공이 많이 묻히구요, 또 공이 길게 뻗어 가지 않습니다.

중국 탁구대 역시 공이 짧게 떨어집니다. 반면에 공이 미끄러지지요.

이런 탁구대의 특성이 어떤 전형적 차이를 불러 왔을까요?

한번 잘 생각해 보세요.

만약 탁구대가 잘 안 튀고 공의 회전을 많이 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유럽의 경기를 보면 매우 랠리가 길고 또 선수들이 뒤로 물러나서 계속 받아 넘기다가 공격으로 전환하기도 잘 하지요.
삼소노프 선수의 이번 경기들이 그런 포인트가 참 많았지요.
그런데 그 이면에는 탁구대의 차이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 탁구대와 달리 유럽의 탁구대가 잘 안튀기 때문에 아무리 세계 쳐도 뒤로 물러나서 보면 공이 배드민턴 셔틀콕처럼 더 이상 뻗어오지 못하고 뚝 떨어집니다.
그러니 랠리 능력만 좋으면 얼마든지 뒤에서 수비하다가 앞으로 달려들면서 공격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 탁구대는 너무 잘 튀기 때문에 그런 포인트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한번 기회가 되시면 우리 나라 탁구대에서 치른 국내 경기와 유럽 경기를 나란히 틀어놓고 한번 보세요. 그 차이가 현저합니다.

우리 나라 탁구대는 공이 멀리 뻗기 때문에 러버의 특성도 중진에서 힘있게 쳐줄수 있는가가 전진에서의 특성보다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또 서브 내용을 잘 살펴보면 유럽 선수들은 짧은 볼 너클 서브는 거의 없습니다만, 우리 나라 선수들은 짧은 볼 너클성 공이 많습니다.
그 이유는 짧은 서브에 회전이 많이 걸리면 유럽의 탁구대는 그 회전 영향에 의해 공이 많이 꺾이지만 우리 나라 탁구대에서는 그렇게 많이 꺾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유럽 선수들은 백핸드로 툭 걷어 올려서 짧은 탁구대 위의 드라이브성 타구를 많이 하는데 생각보다 그 동작에 점수를 잘 냅니다. 그런데 우리 선수들은 회전만 줘서 툭 걷어 올리는 백핸드를 아예 하지를 않지요.
왜냐 하면 잘 튀는 탁구대에서 그런 구질의 공은 바로 한방 얻어 맞기 때문입니다. 반면 유럽의 탁구대에서는 그런 잔볼들이 많이 꺾이고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한방을 때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연유로 인해 우리 나라 선수들이 손목을 잘 못 쓰는 것처럼 보이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짧은 공에 대한 연습은 우리나라 선수들이 아주 많이 합니다. 그런데 실전에서는 과감한 잔볼 처리를 잘 못합니다. 그렇게 해 봤자 상대방에게 기회만 주기 때문이지요.
반면에 유럽 선수들은 별 기술도 아닌 것 같지만 잔볼을 가지고 회전 싸움이나 코스 싸움을 해 버릇 해서 경기에 그런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이제 중국 탁구대로 넘어 가서요, 중국의 탁구대는 표면 코팅이 우리와는 조금 다릅니다.
미끈미끈 하지요.
그러니 탁구공이 주르륵 흐르는 공이 자주 나옵니다.
예를 들어서 전진에서 올라오는 공을 잡아 채는 강타 드라이브의 경우 상대방 탁구대위에서 흘러 지나가 버립니다.
맞고 튀어 오르는 무슨 변화 같은 것을 볼 새가 없이 사라집니다.
스피드가 빠른 공이 탁구대 표면에 묻지 않고 지나가 버리는 것이죠.

 

이런 중국제 탁구대의 단점은 유럽과 마찬가지고 공이 안 뻗는다는 것입니다.
작년에 올림픽을 치룬 DHS의 탁구대의 상판 두께는 우리 나라 표준 두께보다 훨씬 얇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그렇게 공이 안튀면 탁구인들이 치려고 하지를 않지요.

이런 탁구대에서 효과적으로 점수를 내려면 ....

당연히 물러나면 안 됩니다.

물러 나면 공이 다 보이지만 전진에서 치면 공이 안 보이지요.

물론 탁구대만으로 모든 전형의 문제가 다 설명되지는 않겠지만 이 중국 탁구대가 중국의 탁구 선수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나라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탁구대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팀마다 유럽 탁구대 하나, 중국 탁구대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국제 대회 나가서 탁구대 적응에 실패하는 선수들이 많거든요.
왜 이렇게 공이 안보이나 고민만 하다가 오는데, 탁구대 적응력이 약한 선수들이 이런 경험을 많이 합니다.

저요? 저 탁구대 몹시 탑니다. ^^
유럽 가면 3일 걸립니다. 그렇게 해도 시합해 보면 공이 잘 안 보입니다. 아주 아주 근소한 차이일텐데도 드라이브 거는데 공이 러버에 안 맞고 떨어지기도 하구요...
많이 안타깝습니다. 저야 즐탁이니 상관없지만, 선수들을 위해서는 탁구대 다양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4. 한국 탁구계의 위상

 

이제 글 짧게 쓰는 것은 포기해야 겠네요.
지금쯤 지루해 지신 분들은 그만 읽으셔도 할 말 없습니다. ^^

 

저는 비탁구인 출신으로 탁구 용품 사업에 입문한 입장이라 탁구계에 대해 뭐라고 왈가왈부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동안 제 분수를 알고 그런 글을 안 적어 왔는데요, 이건 한국 탁구계를 아끼는 입장에서 좀 적어 봅니다.

 

우리 나라 탁구 선수들의 국제적 위상, 매우 높습니다.
한국 선수 하면 알아 줍니다. 한국의 체계적 훈련 방식, 스파르타식 선수 관리, 다들 부러워 합니다.

그런데 ITTF에 한국인 관계자, 하나도 없습니다. ParaTT (국제 장애인 탁구협회)에도 한명도 없습니다.
이번 북경 올림픽, 북경 장애인 올림픽에 한국인 국제 심판 자격증 갖춘 그 많은 심판 중에서 단 한명도 못 갔습니다.
탁구계의 중요한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한국인은 단 한명도 없습니다.

 

왜 일까요?

 

영어를 못해서입니다.
영어를 못하니 의사 소통이 안 되고 실력이 있어도 대화가 안 되니 국제 탁구계에서 부르지도 않고 불러도 갈 마음이 없는 것이죠.
영어를 전혀 못하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중요한 문제에 대해 회의를 진행할만큼의 실력이 되는 탁구인은 없다는 것이죠.

 

그럼 탁구계에 영어 잘 하는 사람을 영입해서 키우면 되지 않는가 생각하시겠죠?
탁구계의 특성상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저 역시 선수들 문제 외국과 얘기 진행하면서 국대 훈련 스케쥴, 각종 국내 대회 스케쥴, 팀내 분위기, 선수와 감독간 관계 등 몰라서 해매는 문제가 첩첩산중입니다.

또 탁구계 자체가 비탁구인의 진입을 꺼립니다.
(솔직하게 가끔씩 선수들 문제 전혀 개입하지 않고 그냥 탁구닷컴만 해야지 하는 마음이 자주 듭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안 그랬으면 합니다.
우리 나라 선수들이 외국에 더 많이 진출해서 선수로도 성공하고 지도자로도 성공해 주었으면 합니다.
어린 선수들이 외국에서 공부하고 언어 장벽을 허물며 인간관계도 돈독하게 다져 한국 탁구계의 국제 교류를 도와 주었으면 합니다.
한국 탁구계가 패쇄성을 벗어 버리고 활발한 교류를 이루어 국제적으로 목소리도 내고 역할도 했으면 합니다.

 

우리 나라는 지금까지 ITTF 의 모든 결정에 순종적으로만 지내 오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한국이 그 결정을 주도할 시대가 왔으면 합니다.
저만의 바램은 아니겠지요?

    탁구러버 표면을 복원시켜서 회전력을 살리는 영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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