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선배 김택수가 후배 유승민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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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민아.
아테네 올림픽 결승전 마지막 포인트가 끝나고 얼싸안던 순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4년이란 시간이 흘렀구나.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의 중국은 너무 강했지.
정말 지긋지긋하게 강해서 나도 탁구라켓을 잡기 싫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우린 포기하지 않았고,
이길 수 있다는 그 마음 하나만 가지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멋지게 만들어냈어.
하지만 승민아, 내가 생각하는 우리 최고의 순간은 과거가 아니라 이제 새롭게 다가올 미래라고 생각한다.
이제 올림픽이 넉달 정도 남았다.
중국탁구는 4년 전에 비해 더더욱 강해졌고 홈에서 하는 경기인 만큼 더 많은 준비를 해서 나오겠지.
또한 강력한 응원으로 우리를 기를 압도하려 할거야.
네 뿐만 아니라 중국선수들 또한 많은 부담감을 안고 한다.
홈팀이기 때문에 당연히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부담감,
그리고 세계탁구를 독주하고 있는 승자의 부담감, 그리고 언제든 자신들을 겨냥하고 있는 두려운 한국탁구. 그러한 부담감을 네가 이용한다면 더 유리한 게임을 할 수 있을 거야.
승민아, 내가 선수시절 별명이 뭔지 알아?
너는 잘 모를 수 있지만 '아시아의 호랑이'였어.
강력한 파이팅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이 호랑이와 닮았다고 해서 지어진 별명인데
중국선수들도 그 파이팅에 많이 두려워하고 긴장했었지.
이번 올림픽에서는 중국민들에게 너의 강력한 파이팅으로
다시 한번 한국탁구의 무서움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승민아. 난 요즘도 경기하는 걸 보면 심장이 뛴다.
지금은 팀을 이끄는 감독이고 몸도 예전같지 않겠지만 마음만은 아직도 테이블 앞에 서 있다.
한편으로는 아직도 현역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발트너(스웨덴)같은 선수들이 부럽기도 하고,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너도 언젠가 내 마음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언젠가 네가 라켓을 놓는 순간에
나같은 마음이 들지 않도록 '후회없이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구나'하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제 다가올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많이 힘든 거 알아.
하지만 당당히 이겨내고,
또한번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에 서서 네 생애 최고의 순간을 국민들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
지난 올림픽에서 내가 더 기뻐서 너에게 안기던 그때의 민망한 자료화면이 이제 지겹기도 하고,
이젠 처음이 아니라 두 번째이니까 더 멋진 모습으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자.
그럼 승민아. 힘내라!
김택수 대우증권 감독(2004~2006년 남자대표팀 코치·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남자복식 동메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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