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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떻게 탁구 만리장성을 쌓았나…中 50년 세계제패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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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4일부터 지난 2일까지 2008 세계탁구선수권이 열린 중국 광저우체육관에는 중국 국영방송인 CCTV 생방송 뉴스가 진행되는 세트가 마련됐다. 생방송 뉴스를 탁구 경기장에서 진행할 만큼 탁구는 중국에서 최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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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선수권대회를 테이블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는 자리의 티켓 가격은 한 경기에 500위안. 중국 택시의 기본요금이 7위안인 것과 비교하면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하지만 대회 기간 7일 내내 이 자리는 꽉 차 있었다. 남자부 결승전이 열린 지난 2일, 1만개의 관중석은 발디딜 곳 없이 가득 찼고 여기저기서 경기를 보기 위해 망원경이 동원됐다. 중국에서 탁구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팀이 남녀 우승을 확정짓자, 1만 관중은 체육관이 떠나갈 듯 환호하기 시작했다. 세계 탁구 무대에 등장한 이래 반세기를 지배했던 중국 탁구는 앞으로도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자신감이 가득해 보였다.

중국에 탁구를 본격 보급한 이는 1950년대에 국가주석을 지내고 65년 문화혁명을 주도한 마오쩌둥(毛澤東)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인민들의 복지를 위해 접근한 스포츠가 탁구였다. 마오쩌둥의 눈에 50년대 세계를 주름잡던 일본 탁구가 눈에 들어왔다. 공간도 적게 들고, 비용도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아시아 국가인 일본이 세계를 제패하는 모습을 보니 중국에도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그때부터 마오쩌둥은 공장이며 학교, 공원 등 탁구대를 놓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에나 탁구대를 설치했다. 돌이나 시멘트로 된 탁구대를 이용해 10억이 넘는 국민들은 탁구를 생활화했다. 마오쩌둥 자신도 탁구를 즐기기 시작했다. 탁구는 중국의 국기(國技)로 자리 잡았다.

59년 도르트문트 세계선수권대회를 통해 세계 무대에 첫 선을 보인 중국 탁구는 등장부터 세계 최강이었다. 전 세계가 중국만의 탁구 스타일에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전혀 볼 수 없었던 탁구였다.

50여년이 흐른 지금도 중국이 쌓은 탁구 만리장성은 다른 국가가 넘보기 힘든 철옹성이다. 중국 탁구가 이렇게 강한 이유는 뭘까.


중국 탁구 선수는 대한민국 국민 숫자와 맞먹는다

박도천 국제탁구연맹(ITTF) 아시아연맹 경기위원장은 “중국의 한 성에 현정화 같은 선수가 1명씩만 나온다고 치면, 중국은 31개 성에서 31명의 현정화가 나오는 셈”이라고 비유했다.

중국 탁구가 발전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 해도 ‘풍부한 인적자원’이다. 중국에 정식 선수로 등록된 탁구선수만 하더라도 30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중국 온라인 뉴스 매체인 시나닷컴의 허시아 기자는 “중국 탁구선수의 정확한 숫자는 중국 사람들조차 파악하기 힘들다”면서 “3000만명은 거뜬히 넘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 인구 5000만명에 육박한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상황이다. 이러기에 중국에서는 세계대회 성적도 성적이지만, 중국의 전국체전 우승을 더 높게 친다는 말도 납득이 간다.

지역사회인 성 단위로 치르는 전국체전 외에도, 중국 탁구는 프로리그를 치른다. 중국 탁구 프로리그인 ‘슈퍼리그’는 3개월간 경기를 치르며 1부 리그에는 12개팀이 있다. 1부리그 아래에 5부리그까지 70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선수가 많다는 것은 단지 우수한 인재를 뽑기에 좋다는 뜻만은 아니다.

중국 청소년 대표 출신으로 한국에 귀화한 당예서는 “선수가 많기 때문에 다양한 스타일의 파트너를 상대할 수 있다”며 “다양한 전형을 연습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국제무대에서도 강한 면모가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등록 선수는 23만여명, 한국은 2000명 수준이다. 한국의 대표팀이 상비군 포함 20여명이고, 중국은 50~60명의 상비군을 운용하고 있다.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과 기술 일원화

생활체육 쪽으로 기울고 있는 한국 탁구의 현실과 달리 중국은 철저히 엘리트 체육 차원에서 탁구 선수들을 훈련시키고 관리한다. 각 성마다 선수들을 관리하는 지도자가 있다. 어린 선수들을 육성하기 위해 코치들이 학교를 찾아다니며 스카우트한다. 재능이 있는 아이들은 부모의 허락을 받은 후에 성의 집중적인 관리를 받는다. 이후 각 성에서 두각을 보이는 선수들은 일정 수준이 되면 베이징으로 보내 대표 선수로 육성한다. 선수 발굴과 육성이 ‘피라미드식’인 셈이다.

현재 남자 세계 1위인 왕하오는 지린성 창춘에서 6살 때부터, 여자 세계 1위인 장이닝은 베이징에서 5살 때부터 탁구를 시작해 대표선수로 육성된 케이스다. 탁구에만 집중하고 싶다면 중학교부터는 꼭 학교에 가지 않고 성에서 탁구만 배우기도 한다.

중국 탁구의 또다른 강점은 기술이 일원화돼 있다는 점이다. 각 성의 지도자들이 만나 기술교류를 활발하게 하기 때문에 어디서나 지도 내용이 같다. 이것은 중국 탁구가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밑거름이다.

한국탁구 여자대표팀 김형석 코치는 “중국은 베이징이나 시골이나 가르치는 기술이 똑같다”며 “지방마다 학교마다 가르치는 내용이 다른 한국과는 무척 비교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기술이 일원화돼 있기 때문에 중국 탁구의 강점인 힘이나 리시브 같은 ‘충실한 기본기’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대표 선수를 가르칠 때에도 그만큼 효율이 높다.

공에 스핀을 주는 것이나 공을 높이 띄워 넣는 스카이 서브, 펜홀더 라켓 뒷면에 러버를 사용해 백핸드를 포핸드처럼 사용하는 이면타법에 이르기까지 모두 중국이 개발해낸 기술이다. 다른 국가들은 중국이 새로 들고 나온 기술에 따라가는 것이 세계 탁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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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에 이르러 완성됐다는 평가를 받는 왕하오의 이면타법은 오랜 시간에 걸쳐 중국이 완성한 기술이다. 현재 중국 남자 대표팀 감독인 류궈량이 선수 시절 서브를 넣을 때 사용하기 시작했고, 현재 세계 2위인 마린이 96년부터 공격에서 사용빈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유승민과 붙을 때만 해도 완벽하지 않았던 왕하오는 이제 자유자재로 이면타법을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남자대표팀 주세혁은 “한국에서는 이면타법을 구사하는 선수가 거의 없기 때문에 평소 훈련에서 대비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은 탁구 기술 유출을 엄격하게 막고 있다. 탁구 라켓에 붙이는 러버의 경우 그 고무의 질에 따라 공의 회전이나 반발력이 모두 다르다. 중국은 선수들이 사용하는 러버와 일반 판매용이 다르다. 또한 해외로의 유출을 절대 금기시하고 있다. 선수들이 사용한 러버도 버리지 않고 따로 수거할 정도다.

기술 연구에 대한 정책적 투자도 이뤄진다. 중국은 체육과학연구원과 탁구연구원이 따로 있어 탁구 기술 연구를 한다.

허시아 기자는 “왕하오가 광고를 찍으면, 광고 수입 가운데 본인이 가지는 것은 20%에 불과하고, 50%는 국가에 귀속돼 탁구기금으로 사용된다”고 밝혔다. 국가의 지도 아래 세계적인 수준에 오른 선수들이 자연스레 탁구 발전을 위해 수입의 일부를 환원하는 시스템이다.

서상길 감독은 “지금도 어디에선가 새로운 기술을 시험 중일 것”이라며 “거의 2년마다 새로운 모델을 개발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탁구선수로서의 성공은 부와 명예로 연결된다

중국에서 인기 프로 스포츠인 탁구 선수들이 부와 명예를 거머쥐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중국 신화통신의 장한 기자는 “왕하오가 중국 탁구 프로리그인 슈퍼리그에서 3개월간 18매치를 뛰고 받는 돈만 100만위안(약 1억4000만원) 정도”라며 “여기에 국제대회 상금과 국가에서 나오는 연금, 기업들의 후원과 광고 수입까지 합치면 연간 수입은 1000만위안(14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왕하오에 이어 세계 2위인 마린은 소속팀을 옮기면서 받은 이적료만 500만위안(7억원)이나 됐다고 중국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중국 여자 탁구 국가대표인 왕난은 BMW X5를 타고, 남자 탁구 대표팀 감독 류궈량은 최신형 아우디 승용차를 애용한다.

선수, 지도자 모두 은퇴하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50년대 후반 중국 탁구 1세대들은 체육부 장관, 차관 등 관계로도 진출했다. 중국 탁구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올림픽 2관왕 2연패라는 위업을 이뤄 ‘중국탁구 선수의 모델’로 평가받고 있는 덩야핑은 영국 유학을 다녀와 현재 베이징 올림픽 선수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몇 개 되지도 않는 실업팀 코치가 되면 잘 풀린 것으로 평가받거나, 중·고교 코치로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결국 생활탁구로 전향할 수밖에 없는 한국 탁구와 비교되는 지점이다.

중국 탁구는 지금도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세계 탁구인들은 중국 탁구가 또 어떤 새로운 기술과 전형으로 세계 탁구를 놀라게 할지 긴장하고 있다. 그 힘의 원천은 풍부한 인적자원과 생활화된 문화, 아낌없는 지원의 3박자에 있다.

〈 광저우 | 이윤주기자 runyj@kyunghyang.com 〉
    탁구러버 표면을 복원시켜서 회전력을 살리는 영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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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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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방님의 댓글

no_profile 세방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p>그래도 가끔은 중국의 벽을 넘는 한국탁구가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p>
<p>그네들보다 더 강한 한국탁구를 기대합니다. 열악한자원 비인기스포츠 빈약한 지원..이것이 한국탁구의 현실이라</p>
<p>3박자가 모두 안 되네요...그렇다고 정망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우리는 항상 1당 백이잖아요?</p>
<p>한국탁구 화이팅.~</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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