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갈텐데. 날아갈텐데_ 조덕배의 '그대 내맘에 들어오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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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창문 밖을 바라보며.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때의 상황. 그때의 마음을. 설명해주는 가삿말이 담겨있는 것도 아닌데. 자주 즐겨 들을만큼 좋아했던 곡도 아닌데. 이상하게 한참을 되뇌이며 흥얼거리고 있던 내가 있었다. 입가에. 머리 속에. 맴돌고 있던 노래를 뒤로. 사랑했으나. 있는 힘껏 사랑하지 못한 이가. 내 곁을 영영 떠나버렸다. 몇일도 지나지 않은 지금. 흐릿해지는 그의 얼굴. 그의 목소리. 그의 숨소리. 그의 손결에. 스스로를 원망하고. 어느 순간. 곱씹어도 기억하지 못할 순간을 두려워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 써내가려가고 있는 이 글은. 그녀를 잊지 않기 위한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마지막 순간까지. 나의 수고로움을 덜기위해. 힘겹게 손을 제쳐두시고는. 이후 작은 자극에도 미동조차 보이지 못했다. 눈 앞에 담겨진 그 손짓을. 잊지 않기위해. 하루에도 몇번씩 기억해될줄은. 몰랐다. 얼굴을 들이내밀어야만. 겨우 쓰다듬던 그 손결이. 나와 그녀의 마지막 대화일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지. 떠나고 있는건지. 아니면. 이미 떠나버린건지. 구분이 가지않는 혼란 속에서 그녀는 어른들의 말에 의하면. 편안히. 곁을 물러두셨다.
누군가의 울음으로 가득하다던가. 그 속에 자리잡고 있는 누군가의 고요함에 곁드리기에. 이 곡은 지나치게 기교가 넘친다. 영민하다는 표현이 떠오르는 피아노 소리와. 그에 걸맞는 조덕배의 목소리는. 반복청취를 멈추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주문을 외우듯. 흥얼거렸던 이유 중에는 기교 속에 흐트럼없이 잠재되어 있는. 서정성 가득한 감정들 덕분일지 모른다.
"뛰어갈텐데 훨훨 날아갈텐데.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은."
그녀와 나.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두었을 뿐. 그 마음. 단 한순간도 제대로 꺼내두지 못한 내 모자람때문에. 그녀는 다른 이를 내 이름으로 자주 불렀다고 한다. 그러니까. 나는 그녀가. 마음껏 내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순간마저도 제공해주지 못한 것이다. 후회와 후회. 후회 속에 후회. 거듭되는 후회 속에 그녀를 바라보며 흥얼거렸던 노래는. 이제 그만 내 곁을 지나쳐 떠나버리는 그녀를 붙잡기 위한. 소용없는 반성이었다.
그녀가 떠나기 하루 전. 밤 한숨 자지 않고. 그녀를 돌볼 수 있었던 시간이 있었다. 그때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고작 땀을 훔쳐주거나. 차가운 손발을 체온으로 데워주고. 뻣뻣해진 다리를 주무르는 것 정도였다. 떨어져가는. 혹은 높아지는 바이탈치수에 마음 조려하며. 대신 아프지 못해. 미안해요. 그렇지만. 좋아질거라. 믿는다는 속삭임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 짧은 시간은 어쩌면 조금이라도 죄책감으로 벗어나게 해주려. 그녀가 힘겹게 이어온 길고 긴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이처럼 뛰어가지 않아도. 나비따라 떠나가지 않아도.
그렇게 오래오래 그대 곁에 남아서. 강물처럼 그대 곁에 흐르리."
그녀를 사랑하는 다른 이는. 그녀에게. 연신. 너무 멀리 떠나지말라. 떠나거든 너무 멀리 가지말고. 우리 곁에 있어줘라. 부탁했다. 마지막까지 걱정의 말들만 남기고 가신 그녀에게. 우리의 곁을 떠나지 말라 부탁하는 건. 여전한 우리의 이기심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은. 한편으로는 다짐과도 같다. 내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지난 날의 고통으로부터. 편히. 쉬고있는 동안. 그곳으로 뛰어갈 수도. 날아갈 수도 없지만. 세월이 흘러가는 덕에 흐릿해지더라도. 나 역시.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겠다. 그렇게 오래오래 그대 곁에 남아서. 강물처럼 그대 곁에 흐르겠다는. 다짐과도 같다.
조덕배. 그대 내맘에 들어오면은. 라이브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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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탈태님의 댓글
환골탈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p>정말 오랜만에 듣는 곡이네요.20대 초반에 많이 불렀던 곡이라서 감회가 새롭네요.</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