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 제2화 중)
탁구 : 안녕하셨습니까. 회장님요
일중 : 넌 지난번에 빵을 훔쳐갔던 그 꼬마도둑 아니냐?
탁구 : 꼬마도둑이 아니고 김탁굽니더.
(만류하는 직원 뿌리치며)회장님께 볼일있어서 왔는데예.
일중 : 그래, 나한테 무슨 볼일이냐?
(탁구가 돈봉투를 건네자)그게 뭐냐?
탁구 : 뭐긴 뭡니까? 빵값이지예.
회장님께서 지한테 말씀하셨지예. 도둑질할 용기는 있으면서 즈그 잘못에 대해 책임질 용기는 없느냐.
솔직히 그말듣고 지가 억수로 쪽팔렸다 아입니까. 아 명색이 지도 싸나인데 그런 말 들어가 어디 잠이 와야지예..
더군다나 지만 믿고 사시는 우리 어머니 뵐 낯도 없고예.
일중 : 그래서?
탁구 : 그래서 저와 즈그 어머니의 명예 회복을 위해 지난 주 내내 고물 팔아가 빵값을 맹글어왔다 아입니꺼.
지가요, 배고픈건 참아도 쪽팔린건 못참는 성미라서예.
(돈봉투 다시 내밀며)여깄습니더. 받으이소! 빵값.

일중 : (한참을 쳐다보더니) 하하하.
너 정말 재미난 녀석이로구나.
탁구 : 아.. 그, 웃길라고 드린 말씀이 아이고 심각하게 드린 말씀인데예?
일중 : 그래. 대체 니 정체가 뭐냐?
탁구 : 지로 말씀드릴거 같으면 동신국민핵교 5학년 2반 49번 김탁구라 캅니다.
일중 : 탁구?
탁구 : 예. 탁구예. 탁구를 잘쳐서 탁구가 아이고 높을 탁에 구할 구자를 써서 김탁구라캅니다.
(과거 미순에게 자신의 아들을 작명하던 과거를 떠올리는 일중)


전설적인 구일중 회장과 그의 아들 김탁구의 첫 만남.
이 드라마를 보면서 몇 번이고 든 생각은 과연 어떤 어른이 어린 김탁구같이 야무진 어린아이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냐는 생각이었다.
빵을 훔쳐서 자신과 어머니에게 누가 되었다는 생각에 어린 나이에 빵값을 모아 당당하게 빵 회사 사장 앞에 불쑥 나타나
사나이답게 자신의 과오를 사과하는 모습에 아마 드라마를 봤던 어르신이라면 구일중 회장 못지 않게 김탁구라는 아이가 퍽이나 맘에 들었을 것이다.
똘망똘망하니 밤톨을 깎아 놓은 것처럼 야무지게 생긴 탁구 어린이를 보는 것도 분명히 어른들이 드라마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였으리라.
어린 탁구를 분한 오재무 어린이의 맛깔나는 연기는 분명히 초반에 드라마의 급격한 시청률 반등을 하는데 혁혁한 공로를 하였다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